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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넬 메시 파리 생제르망 이적과 바르셀로나 -2

사회문화

by mc wannabe 2021. 9. 2.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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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는 바르셀로나에서 그저 아이콘이라고 표현하기도 힘든 존재다. 바르셀로나, 나아가 카탈루냐 지역의 문화적 랜드마크이며, 구단 스폰서 유입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메시는 전 세계에 바르셀로나를 알리고, 유입된 팬들에게 카탈루냐란 지역과 그들의 정치적 입장도 소개될 수 있다. 이것이 리오넬 메시와 카탈루냐가 동행하는 모습이었다.
 
 메시가 지난여름 떠나려 한 계기는 챔피언스 리그 뮌헨 전에서 2:8로 대패한 참사였다. 그는 구단에 스포츠적 비전이 없다고 절망했지만, 근본적으로는 당시 의장 바르토메우를 향한 환멸감이 있었다. 바르토메우는 거대 이권을 쥔 폐쇄형 조직과 계파 논리가 어떻게 지대 추구 행위로 이어지는지, 한국적 어휘로 쓰면 ‘정치질’의 폐해를 보여주는 산 표본이다.      
10년 전, 바르토메우와 같은 계파에 속하는 산드로 로셀 의장은 카타르 항공과 계약을 체결했다.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기업 이름을 유니폼에 박으며 글로벌 자본을 맞아 들였다. 바르토메우는 더 본격적으로 ‘DNA’에 역행했다. 라마시아 육성을 등한시한 채 슈퍼스타를 무차별 영입하고 고 주급 체계를 만들어 수익을 탕진했다. 스포츠 플랜 없이 네임 밸루만 쫓은 영입은 하나같이 실패했다. 임기 내에 치적을 만들어 지역 사회에서 정치적 입지를 쌓으려는 야욕이 구단도 망치고 지역사회마저 배신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바르토메우가 떠나려는 메시를 억류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펼친 빚더미 때문에 메시의 천문학적 주급을 감당하기 힘들었고, 메시는 일 년 후면 자유 계약으로 풀리는 신세였다. 하지만 자신의 임기 내에 카탈루냐의 아이콘을 잃는 오점을 남기지 않으려 후임 의장에게 폭탄을 떠넘겼다. 만약 한 명의 오너가 연속성을 가지고 운영하는 구단주 체제였다면, 틀림없이 작년에 메시를 팔고 이적료라도 건졌을 거다. 후임 라포르타 의장은 메시 재계약을 공약으로 걸고 당선돼 수차례 자신하였지만, 결국 실패하고 바르토메우에게 비난을 전가하고 있다.      

 

문제는 바르토메우 개인이나 DNA 등한시 같은 논점을 넘어선다. 소시오들이 주장하는 대로 라마시아 중심으로 돌아간다 해도 실적주의가 아닌 연고주의로 선수를 쓰는 폐해가 생긴다. 실제로 그런 적폐도 바르토메우의 실정과 병렬된 채 나타났고 현재 진행형이다. 소시오들과 현지 언론의 지독한 배타성 역시 잇따른 이적생 적응 실패의 원인 중 하나다. 세계화의 물살이 몰아치는 가운데 현지의 정서적 갈라파고스화가 진행되는, 양 극단이 충돌하고 불화하는 상태가 이 부조리극의 무대다. 시민 구단의 정체성이 정치판 계파 싸움이란 가장 부정적인 양태로 나타나고, 의장들은 투표권을 행사하는 소시오들 민심을 얻는 한편 글로벌 축구 클럽을 운영하는 줄타기를 해야 한다. 그동안 이 분열을 봉합해준 게 클럽이 거둬 온 화려한 트로피였다면, 바르토메우 체제를 거쳐 스포츠 경쟁력을 상실하면서 곪은 문제가 폭발한 것이다. 이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사건이 작년부터 올해에 걸친 리오넬 메시 사가다.     

 
축구를 잘하려면 축구만 해야 한다. 바르셀로나는 염불보다 제삿밥에 관심을 가질 유인, 라커룸 구성원들이 축구에 전념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요인이 고착돼 있다. 이건 하루아침에 해소될 성질이 아니기에 재정난이 사라진다고 해도 스포츠적으로 반등하기는 쉽지 않다. 바르셀로나와 카탈루냐는 윤리적이지 않으면서 유능하지도 않은, 타락한 민주주의를 우화처럼 재현하고 있다.
 
바르셀로나를 떠난 메시의 행선지가 파리란 사실은 또 다른 아이러니다. 파리 생제르망은 십 년 전 카타르 왕가가 인수해 자금 공습을 퍼부으며 성장시킨 클럽이다. 파리는 스페인 중심부에 대해 분리주의 성향인 바르셀로나와 달리 프랑스 프로리그 리그 앙 측과 공조해 왔으며 마크롱 대통령은 켈라피 회장에게 “메시를 영입해줘서 고맙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메시의 재계약이 불발되자마자 발 빠르게 영입한 것도 바르셀로나와 정반대의 운영 구조 덕이기도 하다. 카타르 왕가로 통일된 일사불란한 의사결정 체계와 내년 카타르 월드컵을 흥행시키겠다는 왕가의 야심이다. 한쪽에는 자족적인 지역사회 시민 구단에서 글로벌 구단이 된 클럽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프랑스 수도 한가운데 오일 자본이 들어가 아랍 왕족의 위세를 과시하는 선전 수단이 된 클럽이 있다. 바르셀로나의 신화 속에서 파리로 강림한 리오넬 메시의 노정이자, 글로벌화된 유럽 축구의 서로 다른 극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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